[기고] ‘주거니 받거니’ 위험한 독재자 간 거래
북한의 김정은과 러시아의 푸틴, 두 정상이 9월13일 러시아 극동의 한 우주기지에서 만나 회담했다.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포탄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지원받기 위해 어떤 대가를 제공할 것이냐가 관심사였다. 북한은 역점 사업인 전략무기 개발을 위해 미사일뿐만 아니라 핵 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등의 기술 이전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러시아가 북한 포탄을 받고 위성 발사뿐 아니라 ICBM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넘긴다면 이는 한반도를 넘어 국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핵 추진 잠수함 기술도 마찬가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장 원하는 전투기를 푸틴이 제공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 김정은이 러시아 최신 전투기 생산 공장을 방문해 손으로 직접 만져보는 쇼도 연출했다. 정말 러시아가 북한에 현대적 방공 시스템까지 제공한다면 이것은 한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단순히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러시아 관계에서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것이다. 그 경우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양상에 직면한다. 우리에게도 여러 선택지가 있으며 그중에는 북한의 낡은 포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조치도 없지 않다.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푸틴의 이성적인 판단을 바라며 이를 지켜볼 일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엔 결의안 채택 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당시 140여 개국이 유엔에서 러시아를 규탄했다. 그러나 북한을 비롯한 3개국은 러시아를 지지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3년 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폐쇄 등으로 엄청난 경제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다. 국제 여론은 북한과 러시아의 두 독재자 간 무기 거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BBC는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1990년대 중·후반의 엄청난 기근 사태를 포함해 수십 년 동안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엄격한 국경 통제와 악천후, 국제제재 등으로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급감해 김정은의 3대 세습 집권 11년 이래 최악의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우리의 군사적 대응 방안에는 무엇보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군사 작전계획으로 3축 체계(킬 체인-한국형 미사일 방어-대량응징 보복)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4월 워싱턴 선언, 8월의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천명한 대북 확장 억제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한·미의 대북 확장억제력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 관련 한·미·일의 정보공유 확대, 한·미 합동군사훈련 실시, 미사일 방어체계 협력 등을 제고해야 한다. 특히 신냉전 구도 속에서 이뤄지는 북·러 간 위험한 결속에 중국은 굳이 끌려들어 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무튼 러시아가 북한에 인공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혹은 핵 추진 잠수함과 관련된 지원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논의되어 왔던 확장억제 조치를 넘어서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등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 ‘힘에 의한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적이 두려워할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독재자 거래 러시아 관계 러시아 극동 러시아 최신